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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에 대한 단상

 
우선 이 문제에서 우선시 되어야 할 부분은 개인의 재산권에 관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은 지적 재산권에 해당하는 부분으로서 이를 무단으로 도용하는 행위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판매를 목적으로 내어놓은 상품을 개인의 알 권리나 정보공유를 운운하며 그 가치를 지불하는 것을 부정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음반을 샀는데 별로면 어떡하느냐? 그래서 들어보고 사겠다.’
보편적으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령, 음식점에서 밥을 먹어보고 맛이 있을 경우에만 돈을 지불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식사를 주문하는 것은 그 음식에 대한 가격을 지불하겠다는 암묵적인 사회적 약속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음식이 맛이 없다면 자연스럽게 재구매는 일어나지 않게 되고, 그 가게는 시장에서 점차 도태되게 될 것입니다. 반면, 음식 맛이 좋다면 유명세를 타서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자본주의의 적자생존의 원칙입니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쟁력이 부족한 상품은 냉정하게 외면 받지만 경쟁에서 승리한 상품은 많은 이윤을 확보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이러한 경쟁체제는 해당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것은 국제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음반시장은 승자마저도 절대적으로 이윤확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장점도, 단점도 종적을 감춰버린 것입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음반시장의 ‘시장실패’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실패’란, 특정한 이유로 자본주의의 시장이 그 기능을 상실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 음반시장의 경우, 흔히 말하는 ‘Free Rider'가 늘어난 것이 시장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시장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매매의 기능이 축소되게 되어, 결과적으로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100만 장 단위의 판매고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던 것에 반해, 현재의 음반시장에서는 10만을 넘기는 것이 고작입니다.

‘요즘은 돈 주고 사서 들을 만한 음악이 없어.’
간혹 음반의 질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10~20년 간, 노래방, MP3등의 보급을 통해 사람들은 좀 더 음악을 가까이에서, 쉽게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은 소비층의 다양화를 촉진시키며 국내 음반시장의 다양화를 가져왔습니다. 게다가 미디음원의 발달로 인해 보다 쉽게 음악을 제작할 수도 있게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 졌습니다. 대한민국의 음악은 점차 세계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고 이미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함께 양대산맥으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분명 한 두 곡의 타이틀을 앞세운 질 낮은 음반도 존재하지만, 그 이면에는 장인정신으로 점철된 명작들도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들을 싸잡아서 폄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서 들을’ 음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들을’ 음악은 있는데 ‘사서’ 듣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0여 년간 음악에 대한 국내 인프라 역시 점진적으로 성장해왔지만 그에 비해 시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축소되어 왔습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Free Rider'들의 증가에 대해서는 국민성과 문화적 성숙의 부족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을 듯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음식이건, 옷이건, 여행지건 얼마든지 사전 정보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지만, 그것들을 진정 ‘자신’의 것으로 누리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대중의 행동이 향하는 방향이라고 해서 자신 역시 그것을 정당화해서는 안됩니다. 국제적으로 문화적 후진국이라는 손가락질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우리는 초상권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권리에 무심한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관념에서 개개인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음반 가격은 국내 물가에 비해서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저렴하다는 사실입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봐도 일반적으로 3,300엔(한화 약 4만원) 정도에 음반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지난 10년 동안 국내 물가가 폭등하면서 식료품, 대중교통비 등이 두 배 남짓 상승하는 동안 CD 한 장의 가격은 기껏해야 50%도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이따금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지불하는 5~6천원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의 알 권리나 정보공유, 혹은 음악의 질적인 부분을 내세우며 저작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어쩌면 IT 강국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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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상적 | 2009/05/21 14:20 | R.E.V.E.R.I.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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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haind at 2009/05/21 21:20
저는 지적 재산권을 유형물의 재산권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형물의 소유를 타인에게서 획득하는 것은 타인의 소유권의 소멸을 전제로 하지만, 무형의 저작물의 소유는 남의 소유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죠.

이것은 재산권의 침해라기보다는 무형의 저작물을 이용하기 위해 체결한 계약(라이센스 계약)의 위반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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