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9월 26일
불면증
밤의 여왕 님의 불면증 치료제에서 트랙백당시 몽상은 자정부터 이른 2시까지 소라누님의 음악도시를 즐겨들었는데 소라누님의 주문과도 같은 끝인사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편안한 꿈 꾸시구요, 아침에 일어나면 좋은 일만 있을거에요.'
그러던 어느 여름 날, 평소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좀처럼 잠이 오지않았다. 조용한 음악을 들어봐도, 양 천 마리를 세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뒤척이기를 세 시간째, 컴퓨터 앞에 앉아 정처없이 마우스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다가 날이 밝으면 지쳐서 잠들었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계속되자 침대에 눕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아침 10시 취침, 정오 기상. 고통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몽상의 불면증 소식을 접한 측근들의 반응은 놀라움 일색이었다. 몽상으로 말하자면 '머리만 대면 잠들기'신공이라던가 '잠들면 업어가도 몰라요'신공의 계승자로서 어떤 상황에서도 잠들 수 있는 수면의 대가로 유명한 녀석이다. 심지어는 버스정류장에서 어떤 물체에도 기대지 않고 서서 잠든적도 있다. (자랑이다)
어쨋든 몇 달간을 불면증에 시달리는 몽상을 안타깝게 보신 아버지께서 해결책을 하나 주셨다. 머리속에 칠판을 하나 그린다. 그리고 손에 분필을 쥐고 숫자를 천천히 쓴다. 주의할 점은 '천천히' 그리고 '크게' 쓰는 것. 이왕이면 세 자리 이상을 쓰는게 좋다. 이를테면 1237을 천천히 쓰는 거다. 그리고 1238, 1239, 1240...이렇게 쓰다보면 어느새 잠들게 된다. 숫자를 쓰는데 정신을 집중하게 되면 양을 세는 것과는 달리 잡생각이 나지 않게되기 때문에 제법 효과가 있다.
불면증은 심리적인 원인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여지껏 다 풀어내지 못한 후회의 실타래의 출발점에 불면증이 있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꿈을 꾸던 몽상이 꿈속으로 가지 못한 것은, 어쩌면 굉장히 무거운 '현실'이라는 추를 발목에 달아버렸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의 경험 탓에 여름이 시작되는 길목에 서면 어쩐지 잠에 민감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해 여름, 갑작스레 찾아온 불면증으로 잠들 수 없었던 밤들은 아직까지 끔찍한 악몽으로 남아있다.
# by | 2006/09/26 16:52 | R.E.V.E.R.I.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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